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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gmin’s Monologue Transcript

종민:

안녕하세요, 저는 장애인 문화예술 극회 휠의 대표를 맡고 있는 배우 호종민이라고 합니다.

전 올해로 배우가 된 지15년이 되었고요. 저는 제 직업인 배우가 너무너무 좋습니다. 

무대에 설 때만큼은 장애인 호종민으로 서는 게 아니고 배우 호종민으로 서기 때문입니다. 

무대에 섰을 때만큼은 제 가슴이 쿵탕쿵탕 마구마구 뛰거든요. 

아, 내가 정말 살아 있구나…

하지만 요즘 같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는 창작자로서, 배우로서, 장애인으로서 제가 발을 딛고 설 한 뼘의 땅 조차 줄어둘고 있어서 매우 두렵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어떻게 살아가야 될지 막막해 집니다. 그래서 평상시에 존경하는 멘토 네 분을 초청했는데요. 

네? 왜 초청했냐고요? 왜 초청했게요?

네, 조언을 듣기 위해…아! 저쪽에 방금 오셨네요.

안녕하세요. 이렇게 바쁘신 와중에도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네 명의 멘토 모습이 보인다)

요즘 같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는 극단을 운영하기가 너무 힘이 듭니다. 다른 비장애인 극단도 운영하기가 힘이 든다고 많이 들었어요. 근데 내 머릿속에 갑자기 사막을 수천 명을 데리고 여행하신 모세님이 딱 떠오르는 거예요. 근데 그 시간 동안 수천 명을 데리고 다니신 그 비결이 뭐예요? 

가르쳐 주세요. 궁금해요.

모세:

비결이라…(잠시 생각) 

많은 사람들을 이끌어야 한다면 그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세요. 

사람들의 말을 듣고, 경청하고, 공감하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진심 어린 노력을 하세요. 

신이 선택하신 저라고 할지라도, 아무것도 없는 저를 누가 처음부터 믿고 따랐겠어요.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었어요. 사람들의 어려운 문제를 듣고, 경청하고, 공감하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을 한 마음을 받아 주었고, 사람들이 리더로 인정해 주었죠. 

결국 리더십은 자기 자신이 만드는 게 아니고 같이 하는 사람들로부터 얻어지는 거예요. 

그게 비결이면 비결이죠.

종민:

듣고, 경청하고 공감해라! (웃음) 해볼게요. 근데 노력만 해서는 안 되는 게 있잖아요. 

왜, 그 막다른 골목에 들어선 막막한 기분. 그럴 때면, 삶의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데 어떻게 하면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솔로몬 왕께서는 태어날 때부터 영리하고 지혜로우셨으니까, 저의 이런 기분을 이해 못하겠죠. 그렇죠?

솔로몬:

태어날 때부터 영리하고 지혜로움을 타고 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이 아둔한 녀석아. 

자, 지금부터 딱 한 번만 들려줄 테니 잘 들어라. 나는 평생을 지혜를 얻기 위해 반성하고, 기도하고,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내 영혼 깊숙이 숨어있는 오만함, 게으름, 온갖 유혹과 치열하게 싸워낸 결과이다. 야, 너 왕이 얼마나 힘든 자리인지 알아? 

나의 지혜는 치열하게 싸운 결과이고, 그게 바로 지금의 나다.

종민:

아, 오해했네요. 고정하세요. 솔로몬 왕께서도 지혜를 얻기 위해 노력을 하셨다는데, 그럼 저는 몇 배로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사는 게 불쑥 사는 게 무서워지고, 아무것도 못해낼 것만 같은 그런 날이 있잖아요. 그럴 때면 사람들은 용기를 내라, 힘을 내라 이러는데, 이런 말이 듣기 싫을 때가 있어요. 

아니, 없는 용기를 어떻게 내.

다윗:

종민이 형. 있잖아요 사람들이 저보고 용감 있는 다윗이라고 그러잖아요. 

근데 저는 무서움도 많고 두려움도 많아요. 사실 여기 오기 전에 청심환 먹고 왔어요. 

남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돌팔매질하는 것보다 더 어려워요. 

근데 저 같은 겁쟁이가 어떻게 골리앗과 싸웠냐고요? 피할 수 없었고, 피하지 않았으니까요. 

두려움을 잘 알아서, 피하지 않고 마주 봤으니까요. 

용기라는 건요, 두려움과 마주 봤을 때 그때야 비로소 생겨나는 것 같아요. 

형이 지금 우리 앞에 서서 우리를 마주 보는 지금처럼요.

종민: 

그럼 나는 이미 용기가 있다는 뜻? 아직은 모르겠는데, 위로가 되네요. 

사람이 참 간사한 게 이런 말을 들으니까 천하무적의 삼손처럼 제가 힘이 셌더라면 내가 꿈꾸던 완벽한 인간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네요. 

삼손: 

(두 눈이 천으로 가려져있고 천이 피로 얼룩져있다. 매우 초라하고 약해 보인다) 

천하무적? 나처럼? 눈이 있으면 나를 똑바로 쳐다봐라. 

그래, 난 한 때 세상의 모든 것을 가졌었다. 근데 지금의 난 그 모든 것을 잃었다.

난 오만했고, 거만했고, 온갖 유혹에 굴복했고, 내 힘의 원천인 머리칼은 모두 잘려 버렸다. 

내 두 눈과 함께. 내 힘은 나를 망가뜨렸다. (침묵) 

가장 초라하고 힘없는 지금의 나는 처음으로 신을 느낀다. 

혈관 구석구석 신의 힘이 흐른다. 두 눈 마저 잃어버리고 세상에서 버려진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힘이 세다. 

종민: 

아, 네 분의 말을 들으니까 한 가지는 확실해졌네요. 

치열하게 싸우지 않는 이상은 얻을 수 없다는 거. 이분들 만나길 정말 다행이에요. 

다른 건 몰라도 저 호종민은 노력만큼은 국대급으로 할 수 있다는 거. 

(뭔가 생각난 듯) 아, 저 가봐야겠어요. 

저 문 밖에서 어떤 도전이 절 기다리고 있는지, 빨리 보고 싶어 졌거든요. 

여러분 다음에 만나면 제가 이야기해드릴게요. 

제가 어떻게 맞서 싸웠는지 기대해 주세요. 

(음악) 종민 뒤돌아 빛 속을 향해 걸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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